비영리 기관 인사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, 채용이 확정된 직원에게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이렇게 생각했어요.
"이름이랑 날짜 쓰고, 사인 받으면 끝이지."
틀렸었어요.
그때 제가 내밀었던 계약서는 정규직용 표준근로계약서였어요. 막 채용한 직원은 사업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였는데도요.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받은 양식이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요.
계약이 끝날 무렵에야 알았어요. 기간제 직원에게 맞는 계약서가 따로 있고, 거기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항목이 다르다는 걸요. 아찔했어요. 잘못 작성된 계약서 하나가 나중에 어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지, 그때 처음 실감했어요.
비영리 기관에서 일하다 보면 기간제 직원이 정말 많아요.
국가보조사업, 공모사업, 민간위탁 — 사업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채용도 그 기간에 맞춰 기간제로 할 수밖에 없어요.
그런데 인사 업무를 처음 맡은 분들은 이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요.
이 글은 그때의 저처럼, 근로계약서를 처음 써보는 분들을 위해 썼어요.

정규직 계약서와 기간제 계약서, 뭐가 다른가요?
결정적인 차이는 두 가지예요.
첫째, 계약 종료일을 반드시 적어야 해요.
정규직(무기계약)은 근로 시작일만 적으면 돼요. 그런데 기간제는 시작일과 종료일을 모두 명시해야 해요. 이게 빠지면 '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'으로 오해받을 수 있고, 나중에 계약 종료 시 분쟁이 생길 수 있어요.
둘째, 단시간 기간제라면 근로일별 시간까지 적어야 해요.
주 5일 풀타임이 아닌 경우에는 요일별 근무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해요(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, 2026년 5월 기준). "주 20시간"이라고만 적는 건 부족해요.
[단시간 기간제 근무 시간 기재 예시]
월요일 09:00 ~ 14:00 (휴게 없음)
화요일 09:00 ~ 14:00 (휴게 없음)
수요일 09:00 ~ 14:00 (휴게 없음)
목요일 09:00 ~ 14:00 (휴게 없음)
금요일 09:00 ~ 14:00 (휴게 없음)
주 소정근로시간: 25시간
저처럼 "그냥 주 25시간 근무"라고만 적었다가는, 나중에 특정 요일을 안 나왔을 때 결근인지 아닌지 다툼이 생겨요.
비영리 기관에서 기간제 계약서가 특히 까다로운 이유
다른 블로그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인데, 비영리 기관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어요.
상황 1. 사업 기간과 계약 기간이 맞지 않을 때
보조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사업 승인이 늦게 나거나, 중간에 예산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어요. 그러면 계약서에 쓴 종료일과 실제 사업 종료일이 달라지는 상황이 생겨요.
이럴 때 현장에서 자주 하는 실수가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고 그냥 넘기는 것이에요. 근로조건이 바뀌면 반드시 변경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서명받아야 해요. 구두 합의만으로는 증빙이 안 돼요.
상황 2. 계약을 반복 갱신할 때 무기계약 전환 여부
비영리 기관에서 사업이 계속 갱신되다 보면, 같은 직원과 기간제 계약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어요.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에요.
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서 사용하면, 그 직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(무기계약) 근로자로 간주돼요(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, 2026년 4월 기준).
그런데 비영리 기관에는 예외 규정이 있어요. 정부의 복지정책·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, 고용보험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국민의 직업능력 개발 등을 위한 일자리 제공에 해당하면 2년을 초과해도 기간제로 유지할 수 있어요. 우리 기관이 어떤 근거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,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해요.
판단이 어렵다면,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(1350)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게 가장 안전해요. 제 경험상, 직접 물어보면 꽤 친절하게 안내해줘요.
계약서 작성 전 꼭 확인할 체크리스트
10년 넘게 이 업무를 하면서 만들어진,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기간제 계약서 검토 순서예요.
기간제 근로계약서 작성 전 확인사항
계약 기본
[ ] 계약 시작일과 종료일 모두 명시했는가
[ ] 직무(업무 내용)를 구체적으로 적었는가
[ ] 근무 장소를 명시했는가 (재택, 현장 등)
임금
[ ] 임금 총액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적었는가 ("협의"는 금지)
[ ] 2026년 최저임금(시급 10,320원, 월 2,156,880원) 이상인가
[ ] 임금 지급일을 명시했는가
근로 시간
[ ] 소정 근로 시간을 적었는가
[ ] 단시간이라면 요일별 시작·종료 시각을 적었는가
[ ] 휴게 시간을 명시했는가 (4시간 → 30분, 8시간 → 1시간)
휴일·휴가
[ ] 주휴일을 명시했는가
[ ] 연차유급휴가 기재 여부 (주 15시간 이상이면 적용)
교부
[ ] 2부 작성했는가
[ ] 직원 서명 받고 1부 교부했는가
[ ] 3년 보관 의무 인지했는가
많이들 모르는 것 하나 더 — 계약서를 안 줬을 때의 처벌
근로계약서를 작성만 하고 직원에게 교부하지 않아도 과태료 대상이에요.
기간제·단시간 근로자에게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돼요(근로기준법 제114조). "내가 갖고 있으니까 괜찮겠지"라는 생각, 안 돼요. 반드시 직원에게 한 부를 주어야 해요.
그리고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PDF를 전달하는 것도 전자문서법상 적법한 교부로 인정돼요. 소규모 기관에서는 이 방식이 훨씬 간편하고 보관도 쉬워요.
직접 계산해보는 기간제 연차 발생 예시
기간제 직원의 연차는 어떻게 계산할까요? 이 부분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헷갈려요.
예시: 2026년 3월 1일 입사, 2026년 8월 31일 종료 (6개월 계약)
| 근무 월 | 개근여부 | 발생연차 |
| 3월 | 개근 | 1일 (4월 1일 발생) |
| 4월 | 개근 | 1일 (5월 1일 발생) |
| 5월 | 개근 | 1일 (6월 1일 발생) |
| 6월 | 개근 | 1일 (7월 1일 발생) |
| 7월 | 개근 | 1일 (8월 1일 발생) |
| 합계 | 5일 |
6개월 기간제 직원이 개근했다면 총 5일의 연차가 발생해요.
이걸 퇴직 시 정산해주지 않으면 미사용 연차수당 미지급이 돼요.
계약 만료 전에 미리 연차 사용을 독려하거나, 사용하지 못한 일수를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수당으로 지급해야 해요.

마무리하며
근로계약서, 사인 받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.
기간제인지 정규직인지, 풀타임인지 단시간인지에 따라 양식도 다르고 필수 기재사항도 달라요. 비영리 기관은 기간제 직원이 많을수록 계약서 관리가 더 복잡해져요.
그때 제가 아쉬웠던 건, 이걸 미리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.
전임자도 없고, 물어볼 곳도 없어서 일단 해보고 나서야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상황들이요.
이 글이 그 상황에 있는 누군가에게 닿으면 좋겠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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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3년차 사회복지사로 비영리 회계·인사 업무 경험과 정보를 나누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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